노인학대방지법 제도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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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운 나이에 죽은 젊은이의 무덤을 순 우리말로 ‘꽃무덤’이라 한다. 꽃무덤은 절절한 사랑을 못 이루고 떠난 슬픈 영혼, 또는 불의에 항거하다가 비명에 쓰러져 간 의로운 영혼들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어버이날인 8일 전국은 여전히 노란리본이 출렁이고 있다. 언제나 이 리본이 세월호 참사를 잊고 국민의 슬픈 감정을 잦아들게 할 것인가. 실은 슬픔이, 참사에 대한 고통이 쉬이 잊혀지게 될까 두렵다. 아직도 자녀들이 구조가 안 된 채 차가운 바다 속에 있어 꽃무덤 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어버이들의 절규가 생생하기 때문이다.
매년 이맘때면 많은 국민들은 노부모를 찾아가 맛있는 밥을 함께 먹고 가슴에 꽃을 달아드리거나 평상시에 못해드린 선물을 드리거나 나들이를 하기도 한다. 자주해야 하는 일이지만 그렇지 못하니 일 년에 한번 날을 잡아서라도 효도라는 걸 해보자고 만든 날이다. 하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신명이 동하지 않는 분위기다. 부모님들이 먼저 손 사레를 치신다. ‘아직도 구조 안 된 사람들이 있어 그 부모들 마음이 애간장 녹을 텐데.’
각 지역에서 많은 어버이날 행사들이 취소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버이날에 더욱 도드라지는, 사회문제가 돼 가고 있는 노인학대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갈수록 노인학대가 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충북도노인보호전문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접수된 노인 학대 상담 건수는 모두 490건, 의심사례는 140건이다. 이중 학대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아들이 53%, 며느리가 9% 등이다. 안타깝게도 노인학대가 아동학대와 마찬가지로 가족에 의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아동학대의 경우 정부 및 사정기관들의 적극적인 대처로 공권력이 강제로 개입할 수 있는 등 안전장치가 마련되고 있는 반면 노인학대는 이 같은 안전장치 마련이 전무한 실정이다. 특히 학대를 당한 노인 대부분이 학대 가해자인 아들과 며느리 등 가족의 범행을 순순히 털어놓지 않는 특성이 있다. 폭력이나 언어로 인한 학대를 자식이어서 감수하며 오히려 덮어주려는 것이다. 실제 드러난 사례보다 더 많을 수밖에 없는 이런 경향은 학대를 더욱 증가시켜 피해를 키우고 있다.
노인학대의 경우도 아동학대의 경우처럼 강제할 수 있는 노인학대방지법 제도화가 시급하다. 노인학대 범죄에 대해 정부가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수많은 노인들이 가정 내에서 자녀로 인해 가슴에 ‘무덤’을 만들어야 하는 실정이다. 이 보다 더 큰 비극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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